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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의 시(4)

by 김창집1 2024. 6. 16.

 

 

아이리시 커피

 

 

돌담길 에돌아 난간에

올라서니

오묘한 향기 코끝에 스미는구나

 

정갈한 서재, 눈발에 유혹하는

시나브로 연정淵靜이라

 

램프의 타오르는 불꽃은

투명한 두 볼에 홍조를 보내고

 

오묘한 그 향이 무엇인가

했더니

 

아이리시, 라구요

 

따뜻하게 내리쬐는

난간 모퉁이 때 이른 철쭉, 너의

오묘함이 샘에 빠지니 하- 일장춘몽이라

 

 


 

칠게*

 

 

게는 세상이 질척질척해서

진흙 뻘에 산다는 말

 

쳐다보면

숨죽여 부둥킨다

선택되지 않길 바라는

것처럼

 

몇 백 원 차이로 수북한

것들

 

쌍 눈으로 바라보며

갯벌에 산다는 게들이

저들도 살고 싶어

얼마나

바동거렸을까

 

질퍽하고 매끄러운

개흙 뒤집어쓰면

피부도 찰게 고왔을 것들

수경 매달아

세상 바라본 행복했던 마음 알까

 

사는 법은 다 거기서 거기

 

 

---

*달랑겟과의 게.

 

 


 

인사동에서

 

 

1.

 

만추의 계절이었을 거야

오랜만에 머리 웨이브도

날렸더랬어

 

짧은 말미, 주어진 여가는

짧은 가방, 등에 얹어 시인의

길에 물들어 봤지 아마

 

황혼 블루스 날리며

완경에 물드는 거리였던 거

같아 아마도 그랬어

 

김향아 미완성은 아직

끝나지 않은 진행형이었지

 

날 설던 지난날

반추해 보는

인사동 쌈지길

 

목마름 휘날리던

옛 시인들 거리

 

천상병 시인 귀천

들어 잠시 머물렀더랬지

 

2.

 

언제 한번 또 올 일이 있을까

내 생전 잠시 스치던 날 있었겠다

막내 유학길에 상경한 그때

 

아득히 먼 후일

곰삭아 익어가던

푸른 청춘의

곱단이와 상경하던 그날

정기검진 받던 그날이었어

 

나만큼이나 글쟁이가 꿈같았던

아픈 첫손가락

생애 최선을 위해 다잡던

마음 한데 모을 때

후회 같지 않은 삶 다독이는

행위의 길목에서

 

쌈지길 노을에 젖어

 

 

                    *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한그루,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