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레칭 밧
원당봉 자락에
살레 살레 층이 있어
살레칭이라 했을까
둘레길 지나다 보니
원당사 절
아직도
가부좌 틀고 있네
어머니 일 가시고 나면
아버지 등에 동생이 있고
아버지 손에 내가 있을 때
울담 돌아 살레칭으로
참외 도둑 내모시던
아슴아슴 아리던 자리
아버지 상여 원당사 잠시 돌아
설기떡 층층 설상에 올리던
공양주 아직 함께인 듯
눈에 아림은
궹이진 손
밧 늘리며
일용할 양식 조 보리 감저 심던
살레칭 밧
ᄎᆞᆷ웨 맛도 참 좋았는데
♧ 연리지 사랑
아가야
얼마나 아팠을까
울음으로 경기하며 아프다고 할 때
아무것도 몰라서가 아닌 데
알아듣지 못했을까 철딱서니 없는 것들
부모의 무모한 행동으로 생, 내려놓으려 할
때
얼마나 힘들었을까
연리지 되어 우주에서 찾아온
아가별
열흘간 젖은 달았을까
기억조차 없는 아차와 찰나의
행복이던 사랑은 나락으로 떨어져
나흘간
긴 사투, 그 아픔 그렇게
연리지로 끌어당기고 싶었을
아름다운 세상, 두루 보고 싶어 했을
아가
아리도록 아픈 아가야
다음 생은 사랑 가득 품은 그런
연리지 되어
♧ 의자
사랏길 걷다 힘에 부칠 때
앉고 싶어지는 고마운 의자
풀밭이어도
돌담이어도
이제야 그랬다 모든 게 의자로
보인다는 것을
그때 할머니 모습에서
아버지 모습에서
어머니도 그랬겠다
나처럼 이렇게
이리 엉덩이 다리에 붙이고
샛ᄃᆞ리물 길러 다닐 때
둠벵이 내川 빨래하러 다닐 때
할머니도 그랬겠다
나처럼 이렇게
별나라 소풍 길 가다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 만나면
그때
그렇게 앉고 싶다
의자, 너처럼
♧ 손주와 할미꽃
고사리손이 고사리 땄다네
종갓집 할미꽃 따라나선 오뉘 강셍이
그 할매 자손 아니랄까
기특하여라
종손 집은 종손 집인겨
암만 이제부터 맛을 보여야제
수데폰만 만지작거리믄 뒈간디
내 강아지덜 ᄎᆞᆷ말로 좋았겠다
망아지덜추룩 촐왓디 튀멍
얼마나 좋았다냐 브라보인겨
채원이 서준이 아주 잘했어
*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 (한그루, 202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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