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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의 시(6)

by 김창집1 2024. 7. 3.

 

 

살레칭 밧

 

 

원당봉 자락에

살레 살레 층이 있어

살레칭이라 했을까

 

둘레길 지나다 보니

원당사 절

아직도

가부좌 틀고 있네

 

어머니 일 가시고 나면

아버지 등에 동생이 있고

아버지 손에 내가 있을 때

울담 돌아 살레칭으로

참외 도둑 내모시던

아슴아슴 아리던 자리

 

아버지 상여 원당사 잠시 돌아

설기떡 층층 설상에 올리던

공양주 아직 함께인 듯

눈에 아림은

 

궹이진 손

밧 늘리며

일용할 양식 조 보리 감저 심던

살레칭 밧

ᄎᆞᆷ웨 맛도 참 좋았는데

 

 


 

연리지 사랑

 

 

아가야

 

얼마나 아팠을까

울음으로 경기하며 아프다고 할 때

아무것도 몰라서가 아닌 데

알아듣지 못했을까 철딱서니 없는 것들

부모의 무모한 행동으로 생, 내려놓으려 할

얼마나 힘들었을까

 

연리지 되어 우주에서 찾아온

아가별

열흘간 젖은 달았을까

 

기억조차 없는 아차와 찰나의

행복이던 사랑은 나락으로 떨어져

나흘간

긴 사투, 그 아픔 그렇게

연리지로 끌어당기고 싶었을

아름다운 세상, 두루 보고 싶어 했을

아가

 

아리도록 아픈 아가야

다음 생은 사랑 가득 품은 그런

연리지 되어

 

 


 

의자

 

 

사랏길 걷다 힘에 부칠 때

앉고 싶어지는 고마운 의자

풀밭이어도

돌담이어도

이제야 그랬다 모든 게 의자로

보인다는 것을

 

그때 할머니 모습에서

아버지 모습에서

어머니도 그랬겠다

나처럼 이렇게

 

이리 엉덩이 다리에 붙이고

샛ᄃᆞ리물 길러 다닐 때

둠벵이 내빨래하러 다닐 때

할머니도 그랬겠다

나처럼 이렇게

 

별나라 소풍 길 가다

할머니와 아버지 어머니 만나면

그때

그렇게 앉고 싶다

 

의자, 너처럼

 

 


 

손주와 할미꽃

 

 

고사리손이 고사리 땄다네

 

종갓집 할미꽃 따라나선 오뉘 강셍이

그 할매 자손 아니랄까

기특하여라

 

종손 집은 종손 집인겨

암만 이제부터 맛을 보여야제

수데폰만 만지작거리믄 뒈간디

 

내 강아지덜 ᄎᆞᆷ말로 좋았겠다

망아지덜추룩 촐왓디 튀멍

얼마나 좋았다냐 브라보인겨

 

채원이 서준이 아주 잘했어

 

 

                      *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한그루,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