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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오승철 유고시집 '봄날만 잘도 간다'의 시조(6)

by 김창집1 2024. 7. 6.

 

 

[유고 동시조집]

 

 

이모와 보름달

 

 

그믐인지 초승인지 이모 눈썹 같던 달이

오늘은 한가위라

몰래 많이 먹었나 봐

감나무 가지에 걸린 저 달도 확 쪘네요

 

 


 

그리운 할머니

 

 

오늘은 온 가족이 제사 준비 하는데

온종일 태풍 소식

한라산이 들썩들썩

바다도 와장창 깨진 할머니 거울 같아요

 

 


 

부엉이 방귀

 

 

참나무의 포자가 소나무를 만나면

부엉부엉 부엉이

방귀를 뀐다지요

모양도 부엉이 같은 혹 방귀를 뀐다지요

 

부엉이가 방귀 뀌면 가을이 온다지요

받아라 이 혹 방귀

늦여름 늦더위야

그 소리 깜짝 놀라서 밤송이도 터져요

 

 


 

남극노인성

 

 

지구의 밤하늘에 두 번째로 밝은 별이

서귀포 밤하늘에 반딧불이 같아요

바람만 살짝 불어도 꺼질 듯 깜빡여요

 

여름철 전갈자리 슬금슬금 나타나면

새섬과 문섬 사이 꽁지까지 감췄다가

추분날 새벽 다섯 시 초롱초롱 찾아와요

 

 

                * 오승철 유고시집 봄날만 잘도 간다(다층, 2024)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