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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제주FAN문학' 2023 통권 제20집의 시(1)

by 김창집1 2023. 10. 21.

 

     [베트남 문학을 찾아서]

 

 

슬픈 물방울 - 찐 꽝 다오픈(Tran Quang Dao)

 

 

떨어지고 또 떨어지네

밤의 어둠에 섞인 검은 빗방울

가득 찬 내 인생의 잔은

슬픈 변주곡으로 울렁거린다

 

지난 삶의 슬픔은

내 인생으로 스며들어

쓰러지는 대나무 위에 별처럼 빛나네

 

슬픔을 덮는 슬픔은

나를 일으켜 세우고

나처럼 구름은

찬란한 슬픔을 데려오네

 

슬픔은 하늘에서

영원하고

젖어 있는 내 눈 속에는

안개 낀 산이

밝아오는 여명을 맞이하고 있네

 

그물침대에 누우면

새소리도 희미해지고

하찮은 어른들은

가수들의 지루한 노랫소리

 

떨어지고 또 떨어지네

크고 검은 물방울이

나를 땅속 깊이 가라앉히고

슬픔은 더 많은 가지를 뻗네

 

 

 

 

화원(花園)을 지나며 응우옌 흥(Nguyen Hung)

 

 

하루에도 여러 번 화원을 지나치며

한 번도 멈춰 서지 않고 무시하네

나는 지난해의 색깔을 볼까 걱정돼

계절의 변화에 울적해지네

 

당신이 떠난 지 며칠 몇 달이 흐르고

꽃은 피건만 미소는 시들어가네

기쁨은 돌아오려 하질 않고

함께 하지 못하는 날들을 생각하네

 

꽃들은 예쁘건만 쳐다보고 싶지 않아

함께 했던 날들의 당신이 떠오를까봐

꽃잎은 불타오르겠지

상처를 태우며 봄이 내 마음으로 들어오네

 

 

 

 

물의 변환 키유 빅 하우(KIEU BICH HAU)

 

 

강물 속에서 부드럽게 흐르고

바다에서 강하게 파도치며

얼어붙기 어려울 만큼 단단하고

구름 속에서 자유롭게 날아올라

땅 깊은 곳에서 머물기도 한다

물은 지혜

물처럼 살아라.

 

 

 

 

이념(理念) - 팜 반 안(Pham Van Anh)

 

 

야행성 종들처럼

조용히 삶의 뿌리를 잡으면

이념은 빠르게 잠식되고

밤의 외침이 울려 퍼진다

야만적 행동!

 

공허한 이념 사이에 걸려서

나는 더듬거리며 논쟁한다

그 순간

감정들 속에서 어떤 감정이 외친다

인생의 이름을 부른다

 

찬란하고 환하게

내 발로 걸어가라

지구의 눈으로 걸어가라

인생을 꿰뚫고 걸어가며 시도하라

실제의 단 한 가지도 놓치지 말고

희망과 함께

회한의 맛 사이에서 걸어가라

 

인생은 증명된다

환함으로

내 몸으로

침묵!

 

 

 

 

나는 내가 아니다 - 찐 투 하(Tran Thu Ha)

 

 

그 날

나는 조용히 내 영혼의 기관지를 들었다.

매일 아침 질식하는 기침

열사병과 같은 고통스러운 혼돈

삶의 가시에

 

불타오르는 바람과 함께 사라진 과거

흐릿하게 시간의 지붕 위에서 불타

재를 남기고, 따뜻한 둥지를 말릴 수 없나?

트라우마 생활은 심취한 영혼을 바꿀 수 없다

사랑에 빠져 마음속으로 달래어 상처를 어루만져 주었어.

보름달의 거룩한 입맞춤에 대한 연민

 

내가 내가 아니었던 때가 있었다.

타서 왁스만 남은

떠다니는 은빛 구름 속에 날 두고

약간의 추위가 동쪽으로 역류했다.

 

빌린 입술로는 살 수 없다

시간의 뿌리에서 선율이 솟아오를 때

황새 모양의 벼를 바라보며 무르익는 봄을 바라보며

하늘의 너그러운 손길로 나를 길러주셨네

키워 준 조국에 감사

 

뿌리 내린 꽃이 만발한 녹색 벼

 

 

                      * 제주FAN문학 2023 통권 제20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