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앓던 이가 빠진 듯
일요일
이른 아침
찾아온 문 선생 왈
어떤 시詩는 열 번을 읽어도 뭣을 노래했는지 알 수가 엇수다* 이럴 땐 어떵 햄수과?** 그냥 대껴붑서***
하하하
무릎을 ‘탁’ 치며
앓던 이가 빠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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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습니다
** 어떻게 하십니까
*** 던져버리세요
♧ 지아방* 꼭 닮앙
우리 강아지 왔구낭 공분 잘 햄시냐?
빙색이 웃는 손지** 얼굴 공부에 담 쌓구나 느 아방도 에큔가 지큔가 100은 넘었덴 해도 공부는 안ᄒᆞ곡 여기저기 ᄃᆞᆯ아만다니멍 ᄎᆞᆯ람생이*** 노릇만 했져 그 피가 어디 가느냐마는 아방 닮지 말앙 하는 체라도 해보라 허염시문 해진다
손자는 듣는 둥 마는 둥 핸드폰만 보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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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
** 손자
*** 남 앞에 나서기 좋아하는 사람.
♧ 물외 된장 냉국
조밭
검질* 매다
중천中天에 해가 머물면
멀구슬나무 그늘 밑으로 날 데리고 간 어머니는 맹물에 된장 풀고 숟가락으로 물외** 듬성듬성 잘라 넣어 만든 된장국에 나는 보리밥 한 덩어리 닥닥 조망*** 푹 뜬 숟가락에 마농지**** 찢어 놓고 입에 넣어 몇 번 씹지도 않고 꿀꺽 삼키면
더위도
괴로움도 배고픔도
한 방에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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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잡초) ** 조선오이 *** 말아 **** 풋마늘 장아찌
♧ 억새꽃 너를 보면
동짓달
오름 들녘
너를 마주하면
지난여름
서슬 퍼런 결기
한잎 두잎 날려 보내며
때 되면
낮추는 일이라고
가벼워지는 일이라고
늙어
간다는 것은
서서히 부드러워져서
꽃 열매
다 떠나보내고
내려놓는 일이라고
내 어깨
어루만지며
가만가만 타이르네
♧ 내川 터지다
아들아 태풍도 나쁘게만 보지 마라
바당도 뒈싸부러야* 큰 고기들이 놀러 나오고, 내가 터져야 더럽고 메스껍고 구질구질한 것까지 막힌 하수구가 터지듯 시원하게 다 쓸어 바다로 가는 흙탕물을 보아라
지구의
카타르시스
누웠던 풀 일어서는
* 오영호 시조집 『농막일기』 (동학사, 2023)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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