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21 오영호 시조집 '농막일기'에서(6) ♧ 중도 4 집착도 내려놓고 분별도 내려놓고 고행의 길이거나 향락의 길이거나 절대로 치우치지 말라 무소의 뿔처럼 가라 ♧ 중도 5 좌우를 거느리고 순리의 길을 따라 천둥 벼락 쳐도 유유히 흐르는 강처럼 자유의 깃발을 들고 멈춤 없이 가는 것 ♧ 알작지* 몽돌 그래 산다는 건 채이고 부딪는 것 울퉁불퉁 모난 삶을 눈물의 땀방울로 빚어낸 둥글고 단단한 까만 사리 반짝이는 초심을 잃지 않고 나만의 길을 찾아 썰․밀물 오갈 때마다 오욕을 닦아내는 몽돌들 차르르 차르르 노랫소리 정다운 --- *제주시 내도동 바닷가 ♧ 간수를 빼다 서해안 소금밭에 소곤대던 파도 소리 담고 온 포대 하나 창고에 자릴 잡고 3년간 면벽수행 중 섬 하나가 솟는다 쌓인 번뇌 망상 다 녹아 빠지는 날 한 소식消息 들으리라 내 몸을 살려주는.. 2023. 11. 4. 오로라의 불빛을 탐하다 ♧ 오로라 – 여울 김준기 오로라는 가득히 시야에 앉아 뜨겁다. 마음보다 더디어 보이는 발걸음은 돌아온 길을 촉감으로 만져두기 위함이 아니오 가슴으로 부신 빛살 어리인 길 찾음이리라 무명지 끝 팔딱이는 맥박 헤아림이리라. 그림자 한 올도 주워 매듭 이어감이리라 오로라까지 지금은 머-ㄴ 오로라 발걸음이 무거워 보이는 것은 주홍 빛살 싣고 내려올 한 자락 전설 기다림이리라. --- * 오로라 : 태양에서 방출된 플라스마가 지구 대기로 진입하면서 공기분자와 반응하여 화려한 빛을 내는 신비한 현상. 북반구와 남반구의 극지방에서 흔히 나타난다. ♧ 빙하 - 오소후 물은 불의 심장을 지녔다 견딜 수 없는 일을 견딜 때 얼음이 된다 그 얼음 켜켜이 쌓이고 쌓인다 그 견딜 수 없음이 오로라 불을 뿜는 불의 굴절에 휘황.. 2023. 11. 3. 나기철 시집 '담록빛 물방울'의 시(1) ♧ 시인의 말 아, 살아서 내가 시집을 일곱 권이나 내다니! 2023년 가을 나기철 ♧ 목소리 늘 건너오는 투명한 듯 사각사각 나뭇가지 담록빛 물방울 굴러가는 ♧ 백야白夜 잠깐 어두워지다가 이른 세 시 훤합니다 나머지 밤은 어디 갔습니까 당신께 바쳐진 하얀 밤은 ♧ 장마 전 이제 곧 이파리 매운 물이 터져 흐르겠지 피어난 수국도 젖어 흩어지겠지 내 향한 내 마음 늘 이만하면 ♧ 천해天海 거기 너를 두고 바이칼에 와 절벽 위에서 구름 가려진 피안을 본다 입에 악기를 문 여인이 왔다 가고 바다새 돌다가 갔다 문득 물을 가르며 작은 배 지나간 곳 수많은 오선지 결들이 소리를 내며 한참 있다가 사라졌다 *나기철 시집 『담록빛 물방울』 (서정시학, 2023)에서 2023. 11. 2. 김영순 시집 '밥 먹고 더 울기로 했다'의 시(1) ♧ 시인의 말 허술한 바람의 문장이 여기까지, 날 데려왔다. 앞으로 나는 지금보다 더 허술해질 것 같다. 2023년 9월 김영순 ♧ 포옹 말은 제가 지나온 길을 돌아보지 않는다 세렝게티 초원에서나 한라산 기슭에서나 서로의 뒤를 봐주느라 그 일생이 다 간다 ♧ 싸락눈만 싸락싸락 크리스마스 전날 밤 군밤장수 써 붙인 글 ‘고요한 밤 3000원’ ‘거룩한 밤 5000원’ 온다는 그대는 안 오고 싸락눈만 싸락싸락 ♧ 한통속 어머니 아버지가 있어야 친정이지 모처럼 추석이라 산소에 들렀다가 하늘이 흘린 젯밥 같은 도토리만 주워왔네 동글동글 한 바가지 씻고 말려 두 바가지 상수리 갈참 굴참 졸참 떡갈 신갈나무… 한통속 불러들이고 묵사발이나 만들까 며칠을 그냥 두니 고물고물 고것들 서로에게 밥이 되어주고 있었나 봐 세.. 2023. 11. 1. '제주 PEN문학' 통권 제20집의 시(2) ♧ 무심을 따라가다 - 김원욱 ㅡ하롱베이 남녘에는 맑은 별들이 오순도순 모여 산다 비릿한 바다 냄새를 뚫고 곳곳에 박혀 있는 휑한 눈망울 아무래도 무릉도원인가 싶은데 한때 삼신할망을 따라나섰다가 잠시 의탁했던 비양도, 그 건너 남극성쯤은 아닐까 내가 만일 샤먼의 눈 속에 들어 부표처럼 마냥 흘러왔다면 방울소리 북소리 징징 울어대는 하늘 문전에서 천지가 솟구치던 그날처럼 앵앵 울어볼 참인데 할머니는 자꾸만 나를 붙들며 칠성으로 가자하고 돌아보면 언제부터인가 내밀한 곳에 침잠된 설렘이 넘실대는 별 무리 사이 단 한 번 눈길이 딱, 머물렀을 뿐인데 제주에서 따라온 적막이 하늬바람에 떠밀려서 죄다 지워질 것만 같은 배방송*으로 띄워 보낸 허망한 꿈일 지도 모를 일인데 어쩌자고 몸 안 깊숙이 적멸의 길을 닦아 놓.. 2023. 10. 31. 어제 삼형제말젯오름의 단풍 어제는 1100도로변 18임반 입구를 통해 보림농장 삼거리에서 한라산둘레길 제1구간 천아숲길 일부 구간을 걸어 삼형제말젯오름에 다녀왔다. 단풍 구경이 목적이고 걷기 운동이 주를 이루었지만 단풍이 일행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제주는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이어서 태풍이 많은 해에는 멋진 단풍을 기대하기 어렵다. 바람에 스치면서 상처를 잎은 나뭇잎은 가을이 되어 힘이 떨어지면 상처로 바이러스가 침투하여 말라 떨어져 버린다. 더구나 올해는 가을 가뭄이 들어 잎이 많이 말라버렸다. 그래도 좀 붉고 노란 색들을 골라 여기에 실어본다. 2023. 10. 30. 이전 1 ··· 60 61 62 63 64 65 66 ··· 7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