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ᄆᆞᆷ*
바닷속 10미터가 그녀의 길이었다
바다의 시간들은 돌고 돌아 흐르고
줄타기 곡예 하듯이 헛물켠 몸 하나로
어머닌 ᄆᆞᆷ이었다
갈조류 ᄆᆞᆷ이었다
숨 가쁜 깊이에서 회이로 베어내면
볶아낸 콩 한 줌으로 버무려진 ᄆᆞᆷ이었다
꽃피는 일은 없어 ᄆᆞᆷ을 말아 걸었네
차귀도 서쪽 마다 가젱이 물살 가르며
끝까지 움켜쥔 것은 자식 같은 실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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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ᄆᆞᆷ : ‘모자반’의 제주어.
♧ 어머니는 걸었네
배운 게 하나 없어 놀 줄도 몰랐었지
책 읽기 영화 보기 남의 나라 얘기지
한 가지 소일거리는 천천하게 걷는 일
돈 한 푼 아끼려고 걷는가도 싶었고
당신의 건강 위해 걷는 줄 알았는데
집 밖을 나와 결으면 오장이 시원타 했네
하기야, 스트레스 풀 곳도 있어야지
유모차 조심조심 단단히 움켜쥐고
한 인생 풀어 놓으며 어머니는 결었네
♧ 호오이!
간절한 소리들만 가는 곳 있으리라
봄부터 겨울까지 나가며 들어오며
캄캄한 청력에서도 파도처럼 일어서는
그 소리 이해하려면 바다를 알아야 해
돌고래 몰려드니 소리 난다. 라고 하며
그렇게 가벼움으로 말해서는 안 된다
열다섯 초용*부터 어머니가 냈던 소리
몇십 년 지나도록 바깥채 테왁에 남아
어떻든 살아야 한다. 간절하게 호오이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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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용 : ‘첫 바닷물질’의 제주어.
* 김신자 시조집 『봄비에 썼던 문장은 돌아오지 않는다』 (동학시인선 122, 202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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