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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월간 '우리詩' 6월호의 시(5)

by 김창집1 2024. 6. 26.

 

 

 

초록 김은옥

 

 

육덕 좋은 저 햇살

나무마다 꽃마다 마구마구 몸 치대더니

봄날을 초록으로 가득 채워 놓았군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어느 밤 별똥별 하나가 나를 관통해 왔지 예고도 없이

내 몸에 깊은 구멍을 만들어 놓더군

불의 제단에 던져진 느낌이었지

 

마지막이듯 거대한 초록을 망막에 비취 보는데

별똥별 앞 다투어 꽃피우는데

초록도 구멍 같이 타오르는 어둠이더군

 

 

 

 

평형수 - 김정원

 

 

배가 무거운 짐을 싣고 높은 물살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가는 일

왼쪽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일

 

목적지를 향한 속도와 방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엎어지지 않는 일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려도,

기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기울려도,

중심을 잃지 않고 다시 똑바로 서는 힘은

안을 채우고 밖과 조화롭게 자신을 가라앉히는

중후한 무게에서 나온다

 

인생이라는 먼 바다를 항해하는 세상에서

인간은 누구나 상처받고 고통당하는

존재

 

파도처럼 반복해서 닥치는 상처와 고통을

어떻게 딛고 넘어갈 것인가,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수록 더욱

굳세게 일어나 평형을 이루는 삶의

면역력과 회복력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

 

나의 중심을 어디에 둘 것인가?

 

산 자의 몫이다

 

 


 

기침 - 김종욱

 

 

기침이 되어 하나씩 튀어나온다

붉은 돼지 저금통에 차곡차곡 저금해 둔

백 원짜리 동전들

 

이렇게 모아 놓은 하찮은 슬픔들

나를 찢고 한꺼번에 아프기에 좋다

붉은 돼지처럼 발그레한 얼굴로

피식 웃어 버리기에 좋다

다시 빈 마음 되기에 좋다

 

하염없이 빛내는 밤이다

백 원짜리 동전 같은 하얀 별들도

값을 매길 수 없는 숨결이란 걸

 

생생한 아픔의 감각을 찬바람마다 뱉어 낸

하얗게 지새는 불로 옮기는 밤이다

 

 

 

 

어쩌지 - 나영애

 

 

날씨 울기 직전

오롯이

한 그루 나무가 그리워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네

 

올라갈 수 없는 나무가

한 가닥 가지 뻗어 주어

새처럼 노래하게 했다지

새 가슴에 꽃이 피고

힘도 커졌다지

 

어느 날

힘이 되었던 그 뿔에

머리를 받혀

더는 노래할 수 없었다지

 

가지에서 내려온 새

고개 꺾어

그저 우러러 본다지

 

 

                        *월간 우리6월호(통권 432)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