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보
-핼러원 파티
국보급
용산 비상사태
선포 지정
탕 탕 탕
십 대 아우성
이십 대 아우성
짓밟히는 틈새 없이
지를 수 없는 묵념들이
멍드는 새벽 밤거리
썰물도 없이
밀물이 덮치고 덮치며
숨통 조이던 그 멍들에
이태원 데이
핼러원 데이
공무원 전담 배치 1:1
세상천지 이게 무슨 벼락
코로나도 비켜준
금쪽같은 새끼들에
핼러원 밤거리
출렁이는 밤거리
그게 뭐이길래 대체!
♧ 자작극
일본 열도를 지나다
여기까지 왔을까
얘기 업은 어머니
오늘따라 다급히
화급 내미신다
뚜벅뚜벅 걸음 스치는
바람결 콕 찌르듯
앵글 눌러 대는
서양 낭자 낯
빛도
살얼음 되어 빨갛다
서둘러 앉고 싶던 저 벤치
청춘은 진중하게
전화 거는 건지 받는지
미련 버리고 둘레길 지나다
가드레일 기대어 한 옥타브
내리 쉰다
고독은 진중하게
고독을 넘는다
이어도로 가려나
열도로 가려나
사이렌 소리
들리고
쩌벅쩌벅
119 들것 들어
별아리로 걷는다
벤치에
윗도리와 까만 봉다리
하
나
딱!
일본 열도
인간소설 보듯
자작극
막은
내리고
다음 상황은
모르고 빈 들것은 되돌이
되어
♧ 봄이다
1.
닻 내린 선착장
시그널 속 데워지던 연기는
자기소임 다 했다고
속정 없게 닫혀버린
무정 블루스
섬 고향 궁금해지는
새들의 향연은
뭐라는지 몰라도
천국 별천지 따로 없는
바람 언덕에 앉아
그대 바라본다
2.
봄은 가고 다시 오고
배도 오면 다시 가고
나도 가면 다시 오나
어머니 등에 얹어 설레던
일렬종대
미끄러지듯 터미널
안
착
일곱 빛깔 무지개
연서에 날려본다
3.
이처럼 아프고 아픈 봄맞이
다시없기를
코로나에 시달리는 별들,
전쟁에서 산화하는 별들이여
♧ 한라산 새우
한라산 휘돌아
뱃길 따라 삼백 리라 했던가
새우등 터질세라
하늘 따라 왔었나
이놈 신세 코로나가 뭐이길래
저 수평선 마다할꼬
흐른 땀 한숨 비워 한잔 술 기울여 보지만
허허로운 마음 씻어낼 길 없었던가
등에 얹은 새우만 까였네
딱 한잔 먹다 만 한라산 새우
배가 떠났는지 임이 떠났는지
그대 기다리며 떨고 있는
♧ 모충사
-돌탑 타임캡슐
사라봉 길
긴 시간 동안 묻어 지낸 세월
주변은 덧없이 무던히 다니면서
여기, 오늘 처음으로 와본다
그 숱한 세월 동안 왜 그랬을까
묵묵히 다녔을 뿐인데
이럴 수가 있었나
그럴 수도 있겠지
내가 나에게 말하고 답하며
내가 나에게 질책을 느끼며
의지와 상관없이 발걸음은 더뎌지고
첫 돌 넣기는 노인께서 자처 하신다는데
그저 그냥 어른이 아니었을
2001년 1월 1일 묻어둔 역사 타임캡슐
3001년 1월 1일
그때면 알 수 있을까
까무룩한 세월 천년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 '(한그루, 2024)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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