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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시

김정숙 시집 '섬의 레음은 수평선 아래 있다'의 시(2)

by 김창집1 2023. 11. 17.

 

 

무사는 무사

 

 

무사는 질문이면서 한라산 메아리다

 

물어보듯 무사

대답 대신 무사

놀란 듯 무사

심드렁한 듯 무사

예민한 듯 무사

꾸짖는 듯 무사

따지듯 무사

궁금한 듯 무사

다정한 듯 무사

별거 아니란 듯 무사

알겠다는 듯 무사

 

어머니는 나를 읽는데 무사 하면 끝난다

 

 

 

 

게무로사 별곡

 

 

ᄇᆞ름ᄇᆞ름 해도 게무로사 섬 ᄂᆞᆯ아 나크냐

 

비 비 해도 게무로사 물이 ᄀᆞ만 이시크냐

 

백날을 ᄀᆞ물어 보라 게무로사 ᄄᆞᆷ 어디 가크냐

 

공출

간섭

눈독에도

고망고망 지킨 삶

야사도 못 되는 게무로사 한 꼭지 쥐고

아버진 역경의 오지랖을 건너왔다 하셨네

 

 

 

 

시집인데

 

 

예민함과 까칠함 사이 주워 모은 기역 니은

삼 사 삼 사 꾸러미 지어 첫 시집을 묶었다

 

어머니 나 시집 나완

 

무사 무사 아이덜은?

 

흙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박박 글강글강 호미질

 

그 집 아니고 책

 

? 간 털어질 뻔햇쪄

 

잘 햇쪄, 책이고 공뷔고

 

시집 아니난 뒛쪄

 

 

 

 

어멍산디 어웍산디

 

 

별에 고향을 두고 별을 따라와서는

별의별 일 다 하다가

베라벨 일 다 겪다가

갈바람 부는 쪽으로 머리를 놓는 억새

 

ᄇᆞ름 위쪽으로 좌정하신 ᄇᆞ름웃또님

ᄇᆞ름 아래쪽으로 좌정하신 ᄇᆞ름알또님

이 한 톨 마른 씨앗을 당신께 바칩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어머닌지 어웍인지

어웍밭에 구벅구벅 중얼대며 뿌린 눈물

그것도 거름이라고 가을꽃이 피더래요

 

 

 

 

아버지의 자리

 

 

이 자리 저 자리 해도 바당 자리가 최고라

 

ᄌᆞᆯ마룽ᄒᆞᆫ 건 바짝 졸영 ᄌᆞ근ᄌᆞ근 씹어 먹곡

중수마룽ᄒᆞᆫ 건 다듬앙 회로 먹곡

훌구마룽ᄒᆞᆫ 건 왕소금 뿌령 구워 먹곡

젓 담앙 새 자리 나도록 ᄂᆞᆯ차 먹곡 밭솥디 치멍 먹곡

 

이 봄도 자리돔은 나고

당신은 자리에 없고

 

 

 

    * 김정숙 시집 섬의 레음은 수평선 아래 있다(한그루, 20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