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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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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읍 동명리 '수류천 밭담길'(6) □ 물이 좋기로 이름난 마을 명월(明月)은 예부터 물이 좋기로 유명하다. 마을이 번성하여 조선 철종 2년(1861)에 명월리, 상명리, 동명리로 나뉘었다. 이형상 목사의 ‘명월조점(明月操占)’에 명월진성 서쪽으로 ‘수류천촌(水流川村)’이 나타나는데, 이곳 밭담길 이름은 그 지명에서 따온 것으로 보인다. 제주시에서 291번이나 292번 버스를 타고 동명리 정류소에서 내려, 명월성로(1120)를 통해 한림중학교를 지나면 ‘동명리 콩창고(농협창고 옛 건물)’가 나타나는데, 그 앞에 출발점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그곳에서 출발하여 황룡사 입구, 명월성지, 명월교차로를 지나 동명5길과 동명7길을 거쳐 한림중앙로로 나왔다가, 동명3길을 통해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약 3.3km의 밭담길은 50분 정도가 소요된다... 2023. 12. 3.
김정숙 시집 '섬의 레음은 수평선 아래 있다'의 시(4) ♧ 범벅을 아는 당신이라면 만만한 메밀가루 한 줌으로 뭉뚱그린 끼니 범벅 중에 범벅은 식어도 괜찮은 고구마범벅 빈속으로 쑥쑥 크라며 겉과 속 다른 호박범벅 참다 참다 배고플 땐 감자 듬뿍 감자범벅 아무 생각 없을 땐 무로 쑤는 무범벅 눈물방울 보일 땐 당원 한 방울 범벅 떡도 밥도 죽도 아닌 덩어리로 배 채우며 어려 고생은 약이라고 달래시더니 아, 그게 역경이라면 오늘은 땡초범벅을 ♧ ᄒᆞ다 ᄒᆞ다 수백만 송이송이 귤꽃 터지는 오월 사나흘 밤낮 공들여 다섯 꽃잎 펼치고 가운데 노란 점 하나에 온갖 치성 들이는 봄 ᄒᆞ다 ᄒᆞ다 어느 한 잎도 아프지 말게 해줍써 ᄒᆞ다 ᄒᆞ다 눈 맞은 사름 만낭 시집 장게 보내 줍써 비ᄇᆞ름 맞당도 남앙 곱게 익게 해줍써 ♧ 오몽 예찬 오몽해사 살아진다 오몽해사 살아진다 .. 2023. 12. 2.
김혜연 시집 '근처에 살아요'의 시(3) ♧ 게슈탈트 꿈은 바늘이에요 잠든 여러 ‘나’를 밤마다 꿰매죠 조금씩 나는 ‘나’에게서 물들어요 기시감은 문양처럼 내게 새겨지죠 그러니까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무겁고 그러니까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훼손돼요 바늘에 끅끅 눌려 길어지는 밤 울지 않아도 돼요 꿈이 바늘인 걸요 고작 내가 짝퉁이 되어가는 것뿐인 걸요 테두리가 뭉개진 화면 눈물처럼 번진 얼굴들 부어오른 기억의 표면 애가 끊어지고 목 놓아 울고 둥둥 떠다니고 잃어버린 것이 기억이 나지 않아 손발이 묶인 내가 ‘나’를 뒤틀고 넌 무얼 바라보는 거지? 그토록 까맣게. 꿈의 각막에 선율이 쏟아져요 흑백의 음률이 발목에서 찰박이고 나는 녹아 없는 빛깔로 일렁이다 침전돼요 깨어난 나는 가슴을 쓸며 바늘을 숨겨요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았는데 아직 내가 다 .. 2023. 12. 1.
월간 '우리詩' 11월호의 시(5) ♧ 풍선초의 비밀 - 한명희 풍선초의 너비를 헤아리게 된 건 지난 늦가을이었다 길게 늘어뜨린 푸른 표정의 줄기들을 고사목 주위에 걸쳐 놀 때만 해도 그저 제자리를 지키는 방식으로 알았다 한참을 들여다보니 초록의 씨방마다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 작은 궁금증이 찾아왔다 내 성장통이 욱신거리며 피어날 때 잘 익은 화초꽈리 하나 뚝 따서 입에 넣고 오물거려 보았던 적이 있었다 톡톡 터지던 그 분홍의 느낌이 몸속으로 천천히 퍼져나가자 딱새알만 한 가슴을 꼭꼭 숨기느라 어깨를 잔뜩 움츠리고 다닌 시간의 수위가 그만 가라앉기 시작했다 풍등처럼 매단 꼬투리에 씨앗 몇 개 품어놓고 풍등초야, 너도 지금 매달린 자식들 올망졸망 가난한 저녁을 여린 손끝으로 뻗쳐나가려는 동안은 아니었느냐 ♧ 온도와 사랑 - 손창기 온도가 .. 2023. 11. 30.
나기철 시집 '담록빛 물방울'의 시(5) ♧ 별은 빛나건만 서울 갔다 온 날 집에 안 들리고 서귀포예술의전당 음악회에 가려 제주시청 앞 281번 버스 타니 작고 여위고 해맑은 서른 좀 넘었음직한 운전기사 다시 본다 한 시간 걸려 한라산 넘어 남극 수성壽星 보인다는 남성마을 내릴 때 뒤돌아 한 번 더 본다 젊은 기사여, 마흔 쉰 예순 되어도 그 눈빛 그대로이길! ♧ 235년 전 눈 감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듣는다 전날 완성해 한 번도 연습 못한 곡 피아노 치며 지휘하는 그 기립박수 눈 뜨니 창밖 비자나무 새들 살아있다! ♧ 배경 해남 전국 시낭송 대회 때 심사위원 중 좀 젊은 시인이 오세영 원로시인으로 바뀌어졌는데, 김구슬 시인 대신 위원장 맡는 걸 고사하여 두 번째 자리에 내내 앉아 계신 걸 보았다. 근래 선생이 발표한 시를 보니 어떤 자리.. 2023. 11. 29.
김영순 시조집 '밥 먹고 더 울기로 했다'의 시(5) ♧ 동백과 고구마 가을 햇살 팽팽하니 어머니 일 나간다 중산간 마을 신흥리 동백 씨 여무는 소리 한 생애 빈 가슴 같은 바구니도 따라간다 ‘못 올라갈 나무라고 쳐다보지도 못할까’ 물끄러미 하늘만 바라보는 등 뒤에서 길 가던 현씨 삼춘이 나무를 흔들고 간다 4·3 때도 마을은 그렇게 흔들렸다 숨어 살던 하르방에게 건넨 고구마 몇 알 반세기 훌쩍 지나서 동백 씨로 떨어진다 ♧ 홀어멍돌 하나가 모자라서 전설이 된다지만 일출봉 옆 신산리에 느닷없는 돌덩이 하나 그 누가 어디를 보고 ‘홀어멍’이라 했을까 홀어멍돌 보일라, 남향집 짓지 마라 집 올레도 바꿔놓곤 ‘남근석’ 처방이라니 갯가의 땅나리꽃은 땅만 보며 피고지고 포구에 삼삼오오 둘러앉은 성게 철 절반은 파도소리 절반은 숨비소리 얼결에 혼자 된 어머니 가슴에 .. 2023.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