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573 양동림 시집 '여시아문'의 시(6)와 가을꽃 ♧ 바둑중학교 -바둑중학교로 진학하는 아들에게 아들아! 엄마 아빠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할래? 빨래는 할 수 있겠니? 가끔은 전화도 할 거지? 부모의 걱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환하게 보이는 듯한 자기의 꿈이 세상을 다 감싸 안은 듯 성큼 기숙사 문을 열고 들어간 아들아! 꿈꿀 수 있는 그때 즐기거라 사람들은 말하지 그런 학교도 있냐 공부를 해야지 노는 것만 가르쳐서 되느냐 걱정해주는 사람들도 있지 꿈만 꾸다 현실로 돌아오면 힘들지 않겠느냐? 아들아! 이루지 못할 꿈일망정 신나게 꿔보지 않으려느냐? 같은 곳을 향해 가는 친구들과 함께 해보지 않으려느냐? 어렵다고 꿈꾸지 않는 그런 삶은 살지 말거라! ♧ 축머리 어두운 밤길을 걸어 집으로 갈 때 무서운 골목길 외나무다리 길 저 앞에 등불 밝히고 계신 아버지 .. 2023. 9. 25. '산림문학' 2023년 가을호의 시(1) ♧ 우는 새 - 김귀녀 마른나무 우듬지 위에서 까마귀 한 마리 울다가 가네요 빽빽한 나뭇잎 사이로 지치지 않고 똑같은 소절로 울다가 가네요 나무냄새 풀냄새 송진 냄새 버섯 냄새가 나야한다고 나무줄기마다 하지만 울다가네요 새는 목말라 죽어간다고 병색이 짙어간다고 외치고 있네요 덤불속에 나무들이 싹틔우고 곱디고운 연둣빛 잎을 펼치는 숲이 그립다고 울다 가네요 ♧ 쥐똥나무의 근심 - 김내식 누군가 나를 쫒아온다 어두운 밤에 나는 바람에 흔들리며 도망을 가기위해 빨리 뛰면 뛸수록 뒤돌아보면 더 가까이 따라오니 지칠 대로 지치어 멈추었다 늘 내가 선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주시하니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부질없는 근심의 그림자였네 ♧ 굴참나무 기슭 - 김영 나무가 한 그루의 기슭이라는 걸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 2023. 9. 23. 월간 '우리詩' 9월호의 시(2) ♧ 변산바람꽃 – 정순영 새하얀 변산바람꽃이 내 안에 피니 눈 귀가 밝아져 하늘의 소리가 훤히 들리고 내가 하늘빛을 머금어 세상을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되네. ♧ 개밥에 도토리들 - 김동호 “개처럼 영리한 동물이 왜 그 좋은 건강식품 도토리를 먹지 않는 것일까” 반려견 전성시대 이런 질문 하나 나올 법도 한데 안 나온다 혹시 반려견 사랑이 넘쳐남이 개밥의 도토리를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할 때가 있다 ♧ 하늘색 책상 - 서량 -마티스의 그림 “책 읽는 소녀, 꽃병”의 소녀에게(1922) 펼쳐진 책에 어둠이 깔려요 꽃병에 꽂혀 있는 꽃 꽃에 내려앉는 기생잠자리 반만 열려 있는 여자의 눈 내 무의식도 반만 열려 있다 등에 수직으로 꽂히는 무지개 머릿속이 가려워요 캄캄해 ♧ 나비 한 마리 – 이상호 불을 .. 2023. 9. 22. 새책 : 동보 김길웅 '여든두 번째 계단에 서다' ♧ 권두시 늦깎이지만 글은 내 인생이야. 방황에 닻을 내린 건 첫 수필집 ‘내 마음 속의 부처님’이었어. 무애(無碍)의 뜰을 거닐었지. ‘삶의 뒤안에 내리는 햇살’에서 안정을 찾는 듯하더니 ‘느티나무가 켜는 겨울 노래에서’ 한때 곡쟁이처럼 울었어. ‘떠난 혹은 떠난 것들 속의 나’로 이별을 연습하며 ‘검정에서 더는 없다’에선 현란한 색 뒤 남는 담백한 빛―흑과 백을 터득했고, ‘모색 속으로’에서 나이의 무게로 ‘마음자리’에서 흐트러진 삶의 대오를 정돈해 ‘읍내 동산 집에 걸린 달력’과 ‘내려놓다’로 다디단 수필의 서정에 감루를 삼켰지. 결핍에서 ‘여백’과 만나 시작한 내 시, ‘다시 살아나는 흔적은 아름답다’에서 치기로 어머니 사랑을 재음미 했어. ‘긍정의 한 줄’을 만지작거리다 내 시의 앳된 화자는 ‘.. 2023. 9. 20. 새책 : 오영호 시조집 '농막일기' ♧ 시인의 말 시를 쓰고 읽기에 몰두하는 일은 내 삶의 동력입니다. 모든 생명체의 근원 땅과 물, 햇빛, 바람地水火風을 화두로 농막을 오가며, 그 동안 발표했던 작품을 묶어 여섯 번째 시조집을 냅니다. 귤나무, 감나무, 비파나무가 오늘따라 더욱 싱그럽습니다. 연담별서에서 오영호 ♧ 검질*과의 씨름 손바닥만 한 정원에 일주일이 멀다 하고 검질 매던 아내가 허릴 펴다 말고 그 사이 또다시 나왔다고 끝이 없다 투덜댄다 누구는 바람 탓이라고 누구는 새 탓이라고 분분한 공론 끝에 바랭이에게 물었더니 눈물을 뚝뚝 흘리며 인연 따라 왔단다 비록 흙수저로 태어났다 하더라도 박토든 벼랑이든 뿌리 깊게 내려 천수만 누릴 수 있다면 두려울 게 뭐 있으랴 개풀이 발버둥 치며 버티는 사이 바람 타고 날아온 개망초 하얀 씨앗 바.. 2023. 9. 18. 오늘의 시 : 조성문의 '몰라, 베스킨라빈스' 북극의 얼음이 녹고 있다는 보도를 들은 지는 이미 오래 전이다. 지금은 그 녹는 정도가 다양한 기간단위로 관측되고 있는 바, 1979년부터 2020년까지 41년 동안 연평균 4.8%씩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원래 얼음면적은 겨울에 늘고 여름에 줄어드는데, 최근 30년 동안의 여름 얼음면적은 13%씩 줄었다고 한다. 그렇게 살기 좋다는 제주에도 여름철 열대야가 엄청나게 늘어나 올 여름은 너무 견디기 어려웠다. 물론 나이가 조금 들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12시 가까운 밤에도 너무 더워 선풍기를 켜놓고도 땀이 솟는다. 낮에 거문오름 숲을 걸으면서도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 없었다. 인간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저질러 놓은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무슨 조치를 취해야 하지 않을까? ♧ 몰라, 베스.. 2023. 9. 16. 이전 1 ··· 92 93 94 95 9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