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421 그래도 우리에겐 추석이 남아 있어요 영영 하나 될 것 같지 않아 보이던 사람들 아시안 게임 메달 앞에선 하나가 될까요? 그것만 해도 어디냐고 하는데, 옛날 같진 못해도 추석이 오늘 남았네요. 요즘 남의 권리는 생각 않고 내 권리만 주장하더니 학교마저 붕괴되어가는 세태(世態)가 걱정이 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서로 걱정하고 도와주던 이웃사촌 결혼하는 거, 아이 낳는 거 마음대로라 하는 세상에 어디 ‘인지상정(人之常情)’이란 말이 통할까요? 흉흉한 세상일수록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데, 이 나라를 앞에서 이끌어 나가겠다던 사람들은 이전투구에다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획책하며, 고물가에 다 찌그러진 민생은 내 팽개치고 헤게모니 쟁탈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시국이 그럴지라도, 올 추석에 우리들은 바쁘다고 아니면 혼자 잘 살아보겠다고 다른.. 2023. 9. 29. 배진성 시집 '이어도공화국 5, 우리들의 고향'(1) ♧ 시인의 말 고향집 바로 앞에 언어의 종착역 표지석이 있다 나는 연어가 되어 참으로 먼 길을 거슬러 돌아왔다 나도 이제 너를 만나 붉은 알을 낳아야만 한다 2023년 봄여름 언어의 종착역에서 배진성 ♧ 경운기 들판에서는 늘 보리타작하는 소리가 들린다 정미소 주인이셨던 아버지가 벨트에 물려 끌려가던 날부터 축이 헛도는 천장에서 다시 떨어지듯 우리 식구들은 빈 들판으로 내쫓겼다 발동기 같은 큰 형은 발동기를 뜯어 짊어지고 논둑길을 넘어 다녔다 타맥기도, 부러진 아버지 갈비뼈처럼 풀어 옮겨 맞추곤 했다 경운기들이 손쉽게 해치우고 들어가 쉬는 동안에도 우리는 들판에서 밤늦도록 이슬에 젖어야 했다 카바이드 불빛 아래서 카바이드를 녹이는 물처럼 우리식구들의 가슴은 애타게 들끓었다 불이 꺼진 뒤에도 카바이드 깡통 .. 2023. 9. 28. 양순진 디카 시집 '피어나다'(1) ♧ 시인의 말 제주라는 섬에서 우주를 본다. 자연과 어린이들과 고양이와 어우러지며 다시 못 올 이 생에게 큐, 큐, 큐! 컷, 컷, 컷! 수천 번 외친다. 디카시는 바로 나의 삶 현장 스케치 평범함을 특별하게 변신하는 빛나는 자서전이다. 2022년 겨울에 양순진 *** ♧ 패러글라이딩 거리는 중요하지 않아 무한한 시간을 날아서 너라는 공간에 닿아 운명과 영원의 긴 입맞춤 *** ♧ 바다의 감정 누군가 내 마음 중앙에 드리운 물꼬 *** ♧ 기분 전환 비 오는 날 괜스레 접혀지는 마음에 링 귀걸이 달아봐 지나가는 우산들이 꽃처럼 보인다니까 *** ♧ 달 따러 갑시다 코로나 쳐들어온 지 꼬박 2년 쪼그라드는 심장 펴내며 키워낸 주유소 주인네 저 달꽃 무더기 *** ♧ 지구의 고민 때문에 얼마나 답답했으면 두.. 2023. 9. 27. 책소개 : 양순진 생태동시집 '반딧불이 놀이터'(1) [머리글] 생물학자처럼 살아가는 시인의 시선으로 이 글을 읽고 있을 누군가의 마음을 생각하면 나의 비밀을 고백하는 것처럼 마구 떨리고 가슴이 벅차요. 마치 오랫동안 혼자 즐기던 비밀의 화원을 소개하는 기분이니까요. 별처럼 반짝이는 반딧불이를 쫓아 산으로 들로 뛰어다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늘 엄마 품처럼 행복합니다. 저는 시골에서 태어났기에 어릴 때부터 자연과 함께 살았어요. 마당의 풀과 밭의 식물들과 바다의 미역과 전복, 소라와 함께 숨쉬었죠. 호기심도 많아서 오빠가 하는 것은 다 따라 했어요. 메뚜기 구워 먹기, 개구리 해부하기, 꿩 잡기, 온갖 꽃으로 소꿉놀이 하기, 귤 서리하기 등 수천 가지 추억이 떠오르네요. 파브르처럼, 석주명처럼, 다윈처럼 한 가지 일에 파고들었다면 지금쯤 생물학자가 되었을 .. 2023. 9. 25. 양동림 시집 '여시아문'의 시(6)와 가을꽃 ♧ 바둑중학교 -바둑중학교로 진학하는 아들에게 아들아! 엄마 아빠 보고 싶으면 어떻게 할래? 빨래는 할 수 있겠니? 가끔은 전화도 할 거지? 부모의 걱정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환하게 보이는 듯한 자기의 꿈이 세상을 다 감싸 안은 듯 성큼 기숙사 문을 열고 들어간 아들아! 꿈꿀 수 있는 그때 즐기거라 사람들은 말하지 그런 학교도 있냐 공부를 해야지 노는 것만 가르쳐서 되느냐 걱정해주는 사람들도 있지 꿈만 꾸다 현실로 돌아오면 힘들지 않겠느냐? 아들아! 이루지 못할 꿈일망정 신나게 꿔보지 않으려느냐? 같은 곳을 향해 가는 친구들과 함께 해보지 않으려느냐? 어렵다고 꿈꾸지 않는 그런 삶은 살지 말거라! ♧ 축머리 어두운 밤길을 걸어 집으로 갈 때 무서운 골목길 외나무다리 길 저 앞에 등불 밝히고 계신 아버지 .. 2023. 9. 25. '산림문학' 2023년 가을호의 시(1) ♧ 우는 새 - 김귀녀 마른나무 우듬지 위에서 까마귀 한 마리 울다가 가네요 빽빽한 나뭇잎 사이로 지치지 않고 똑같은 소절로 울다가 가네요 나무냄새 풀냄새 송진 냄새 버섯 냄새가 나야한다고 나무줄기마다 하지만 울다가네요 새는 목말라 죽어간다고 병색이 짙어간다고 외치고 있네요 덤불속에 나무들이 싹틔우고 곱디고운 연둣빛 잎을 펼치는 숲이 그립다고 울다 가네요 ♧ 쥐똥나무의 근심 - 김내식 누군가 나를 쫒아온다 어두운 밤에 나는 바람에 흔들리며 도망을 가기위해 빨리 뛰면 뛸수록 뒤돌아보면 더 가까이 따라오니 지칠 대로 지치어 멈추었다 늘 내가 선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주시하니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부질없는 근심의 그림자였네 ♧ 굴참나무 기슭 - 김영 나무가 한 그루의 기슭이라는 걸 나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 2023. 9. 23. 이전 1 ··· 66 67 68 69 70 7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