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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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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으로 3일간(29, 30, 31일) 쉽니다. 모처럼 고교 동창생들과 영남지역(대구, 포항, 경주, 부산)으로바람 쐬고 오겠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어떤 일을 맡아 거의 끝나가는 시점인데동창생들이 하도 꼬드겨서 못 이기는 척하고 다녀 올랍니다.이 아름다운 여름새우란 보시면서 기다리세요.죄송합니다. 2024. 8. 29.
계간 '제주작가' 여름호의 시(5) ♧ 제주도 – 오세진     순전 낳은 님 기룬 님 목소리만 동그랗게 와 닿은 곳  수이 숨 붙어 와 닿을 수 없는 곳   생심 마지막 숨을 걸고 와 닿을 수 있는 곳   세월 숨을 들이고 숨을 내고 기적 닮게 와 닿을 곳     ♧ 코마 7 – 이정은    @정보입니다_참고하세요_마지막이_위험합니다_유의하세요   #   밖이 보이지 않아요   봄은 없는 계절입니다 가을은 돌아오지 않아요   간절기에서. 떠. 돌. 거에요.   그는 그를 유리방에 가두고 있다   위로해준다고 하면서 깨어날 수 없을 기 같아서 잠자면 죽을 것만 같아서 어둠 속을 건너뛰듯이   수면제를 입속으로 밀어 넣어 주었다   침이 흘러나와 삼켜지지 않았다   You .. 2024. 8. 28.
조직형 시집 '천 개의 질문'의 시(2) ♧ 손안의 양파    쉽게 한 행동에 대해 채근해 물을 때 망에 넣어둔 양파를 꺼내 손안에 꽉 찬 양파의 껍질을 벗긴다 매운바람이 코끝으로 불어와 느닷없이 굽은 척추를 자극할 때 탱탱한 하루는 눈물로 푸석해진다   오늘 아니면 내일, 아니 몇 년 전 바라던 일들이 잠자리 날개같이 바스러지는 한낱 껍질이었다고 느낄 때   속이 없는 양파 안쪽으로 갈수록 겹겹이 대답하지 못한 말들이 두꺼워지고 둥글둥글 하얗게 부풀려 진다   안으로만 말리는 겹겹의 탄력 그 싱싱한 뿌리는 달고 매운 속살을 한 겹 한 겹 포옹의 방식으로 둥근 달 하나 띄운다   내 손안의 양파, 껍질을 벗길 때 속으로 말아 넣은 촉촉한 이력이 결마다 매끈해지는 나이테     ♧ 걸어가는 뿌리   .. 2024. 8. 27.
김윤숙 시집 '저 파랑을 너에게 줄 것이다'(4) ♧ 안과 밖     싹 사울 나무 아래 길게 누운 죽음 하나   이 세상 어떤 것이 그보다 더 적막한가   영혼의 말발굽 소리 정수리에 와 꽂힌다     ♧ 고비에서    광활한 대지는 어딜 가도 제자리 같아   망망대해 떠밀리며 나 홀로 표류 중이다   간신히 무릎 세우면 이내 다시 패대기치는   섬과 섬이 짐승이 허공으로 흘러가고   짓이겨진 말발굽 자국마저 감쪽같아   텅 빈 몸 바람을 품어 헛배가 불러왔다   노래를 들을 수 없는 건 후생의 기약일까   그림자 따라나선 길 모래사막 뿌리내릴   손발톱 뭉개지도록 후벼 팔 나의 시詩여!     ♧ 별똥별 하나    어둠이 저를 낮춰 남은 숨 몰아쉴 때   신성의 입구부터 빛나던 낙타가시풀   우.. 2024. 8. 26.
장영춘 시집 '달그락, 봄'의 시와 순비기 꽃(7) ♧ 어머니 숲    사막에 꽃 피우는 낙타 풀 가시처럼 언제나 바람 맞서 궁굴리며 궁굴리다 하나둘 비워내 가며 가벼워지는 숲이네   늦가을 존자암 무게 진 산 중턱 푸르게 푸르게 푸르게 더 푸르게 우듬지 햇살을 잡는 상수리나무 어머니   한 번도 제 둘레를 재어본 적 없는 당신 검버섯 핀 손등 아래 염주 알 굴리는 어머니 야윈 생애가 곧추선 적 없었네     ♧ 노란 지팡이    꿈이듯 생시이듯 어머니 떠나신 뒤 주인 없는 빈집에 동그마니 노란 지팡이 해종일 졸고 있다가 골목길로 접어선   헛헛한 생각들 호주머니 속 꺼내 들고 행방을 알 수 없어 바람마저 주춤대는 네거리 신호 앞에서 갈 길을 묻는다   어깨 한쪽이 휘도록 버스는 오지 않았다 돌아설 수도 건널 수.. 2024. 8. 25.
오승철 유고시집 '봄날만 잘도 간다'(10) ♧ 밀감꽃 I    한라산 치마폭마다 백설의 자국으로 이리도 하안 불을 켜는가   물안개인 듯 별들이 머리 빗으며 향기 품는 하늘   햇빛 내린 언덕 아래 초가집 두서너 채 한라산을 얘기한다   섬을 비집어 온 파도 소리가 꽃술의 안쪽으로 스러지는 듯 발 벗은 담쟁이 사뿐히 꽃잎 새 위로 건너고 있다   백록담에 눈이 큰 꽃사슴 목마른 밤이면 달이 없어도 훤히 밝은 앞 냇가에 이뿐 순아 홀로 빨래질하네     ♧ 밀감 꽃 Ⅱ    고웁게 가난이 피었소 저녁 바람 스쳐오면 삐걱대는 문   떠나는 것은 가게 두고 돌아서서 쏟아지는 가난이 피었소 서귀포 창마다 등불을 켜고 허기진 빈 주낙배 돌아오면   아아, 맨살을 떼어내는 바다여 파도 소리에 꽃.. 2024. 8.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