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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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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자 시조집 '봄비에 썼던 문장은 돌아오지 않는다'(11) ♧ 낭*    소낭 폭낭 단풍낭 낭군 이름 같아요 한겨울 모진 바람 끝끝내 버텨내는 그 이름 부를 때마다 끝소리가 낭랑한   앵두낭 매화낭 틀낭 낭자 이름 같아요 불러도 대답 없어 한동안 기다려도 산벽을 넘지 못하고 울림만 되돌아오는   누가 먼저 낭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어느 누구 연애질 낭자 낭군 콧소리에   마파람 지나가다가 ‘낭’자 하나 심어뒀나   --- * 낭 ‘나무’의 제주어.     ♧ 물굿*    밥이 그리 어렵단들 이 풍파에 나섰냐고 괭과리는 괭괭괭 북소리는 둥둥둥 용수리 굴곡진 갯가 동네 심방 춤춘다   술에 취한 지아비 새 콩밭 갈러 가고 갈고리 든 지어미 하군 물질 갔댔지 날미역 갯돌에 올라 초저녁을 읽는 날   ------ * 물.. 2024. 9. 7.
김항신 시집 '연서戀書'의 시(11)와 덩굴용담 ♧ 몸은    내 의지와 상관없이 퇴화한다   흐르는 물도 자기와 상관없이 밀어내고 있을 뿐   바람, 너는 누구에 의해 떠돌다 가는지   때론 바람이고 싶어, 가고 싶으면 가고 자고 싶으면 자는, 청산이 노래하듯   퇴화한다는 것은 바람의 짓, 흐르는 물을 보라 나는 유유히 있건만 물보라에 넘어져 울렁이는 불 량 증 같은   세월 흔적이 말하는     ♧ 설레임    1.   링거 따라 안개 속을 헤매인다 헤맨다는 것은 또 하나의 설렘인 것 설렘인 것은 생명줄의 희망, 너와 나의 또 다른 입맞춤 붉은 해무로 싸한 물줄기 밀어 넣을 때 고요히 들썩이는 어둠의 자식, 꿈 찾아 유영하듯   2.   차들이 2열 종대 설렌다 설렌다는 것은 아직 살아 있음.. 2024. 9. 6.
계간 '제주작가' 여름호의 시조(5) ♧ 꽃 진자리 - 김영란     부여는 낙화암   진도는 궁녀둠벙     꽃처럼 떨어졌다는 낙화암 전설이 역사의 한 페이지에 먹먹하게 새겨지고 비만 오면 여인의 울음 구슬프게 들린다는 어느 역사 한 귀퉁이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삼별초 왕온의 서글픈 궁녀들, 죽음으로 지켜낸 정절의 시간들 목숨의 뿌리처럼 둠벙으로 내려와 생목숨 부려놓고 간 어여뿐 딸들의 넋     맺힌 한 풀고 가시라   이승 한 씻고 가시라     ♧ 해삼 - 김진숙    어둠을 건너온다 일생이 물컹하다   물 밖으로 나온 고모는 금세 단단해진다   사는 건 단단해지는 것   늦은 저녁상을 차리듯     ♧ 전주라고 - 오영호    전원은 들어와도 화면은 먹통이라   AS를 쳤네 30분 후에 올 수 있다고 .. 2024. 9. 5.
월간 '우리詩' 8월호의 시(6)와 제주상사화 ♧ 대출인생 – 김성중    오십견 통증 치료를 끝내고 대출 연장을 신청하려 은행 가는 길 딸에게 전화를 걸어 생일을 축하하고는 은행에 일 보러 간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중앙공원 근처 은행 창구에서 무슨 일로 왔느냐는 직원의 말에 대출을 연장하러 왔다고 하자 퇴직자냐고 물으며 자료를 뒤적이더니 아, 우리 은행 거래자군요 심사해서 연락을 하겠다고 합니다   폭염경보가 내린 한낮 도림리 비실재를 넘어서 구비구비 담양호반을 돌면서 대출과 인생을 생각을 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말했더니 왜 애들에게 쓸데없이 그런 말을 하냐며 핏대를 세우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끓어오른 마그마가 폭발한 듯 몸뚱이가 사정없이 흔들렸습니다.     ♧ 한 번 웃음으로 – 김정욱   한 .. 2024. 9. 4.
조직형 시집 '천 개의 질문'의 시(2) ♧ 예순아홉 개의 징검다리    돌은 뛰어넘지 못하는 얕은 물을 거스른다 그래서 자주 먼 물 아래로 잠긴다   발자국에 맞춰 심장의 박동 소리가 조금 올라가는 것은 두려움의 간격으로 놓여 있는 돌이 아니라 나의 무게 중심을 알지 못해 기우뚱한 흔들림 때문이었을 것이다   망설임이 더욱 나를 흔들고 일렁이는 물살이 안착을 저지한다 젖으면 될 일을 물에 드는 것을 꾸중으로 들었던 어렸을 때의 기억,   참새처럼 콩콩 뛰면 되는데 어룽어룽 물살이 어지럽다 물의 눈에 집중, 물에 이린 하늘을 보지 마! 물결 없는 물에 물의 얼굴을 만든다   오도 가도 못하고 발을 붙이고 서 있으면 섬이다 섬들이 퐁퐁 솟아 물둘레를 만든다 내 발을 적시지 않으려는 물둘레   나도 모르.. 2024. 9. 3.
'혜향문학' 2024 상반기호의 시(5) [4․3 문학작품]    ♧ 곤을동 찾아서 - 김정희    멀쿠슬낭 따라 곤을동 찾아보면   집은 불타고 복사꽃 피었던 마을은 사라졌다   오랫동안 돌트명 찾아오는 바람 거념하고 울담 붙들어 앉은 눈뻘렝이 붉게 울며 터를 지키고 있다   뒷마당 대나무 그늘 바람 일으키며 그림자 만들고   우영팟 머들 위에 배꽃이 봄을 깨운다   거욱대에 돌 하나 얹는 피리소리 곤을동 찾았다     ♧ 바람에 오는 말 - 김철선    전쟁 나던 해 칠월칠석, 칠흑 같은 밤 예비검속에 어디론가 끌려가는 누군가의 아버지와 아들들 마지막 삶의 순간을 느끼면서 손 모아 ‘불효자, 이 길로 먼 곳 갑니다. 행여, 부모님 날 찾아 얼마나 헤매실까’ 죽음 향해 내달리는 트럭 위에.. 2024. 9.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