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전체 글573

월간 '우리詩' 3월호의 시(4) [이현 ‘신작 소시집’과 광대나물]     ♧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누가 돌아보는가 지나온 그 길   바람은 불고 걸어온 길들마저 지워져 버려 이제는 주소도 없는 낯선 집의 대문을 두드리는   그 사내. 행여, 다시 길 위에서 저 버린 꽃들의 시간을 줍는 그게 중요한 건 아니지   삶이란 지워진 바람의 흔적 지금도 멈춰진 시계의 태엽을 감고 있는   지겹도록 사랑하는 그대여 혹은 나여   사라진 날들을 세어 보며 날마다 마음의 감옥을 세우는   그렇게 살아가는 일들이 중요한 건 아니지   그게 중요한 건 아 니 지     ♧ 겨울 엽서    미안하다 바람을 꿈꾸었나 보다   붙잡히지 않는 당신을 가슴에 매달았었다   왜 아픈 것들은 모두 .. 2025. 3. 22.
김병택 시집 '아득한 상실'의 시(7) ♧ 쓸모없는 능력      자기 전공 분야에선 실력자임이 틀림없지만, 회사에선 자기주장만을 내세우는 신경증 환자인 그는, 머지않아 회사를 떠날 조짐이 보이는 사원으로 꼽혔다   매사를 독불장군식으로 처리하는 것도 모자라 동료 사원들이 마련한 소통의 시간을 가로막기까지 한 그의 행적에는, 가슴속에 자리 잡은 이기심을 부끄럼 없이 드러내거나 회사에 대한 불만을 노출한 예도 부지기수였다 심지어 그는 비즈니스 기법으로 무장하기를 요구하는 상사에게 코웃음을 치며 맞서기까지 했다   젊은 사원들이 앞장서 정직하고 양심적인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정풍운동을 벌이고 있을 때, 회사에 근무하는 거의 모든 사원들은, 그에 대한 나쁜 인식이 회사 내에 골고루 퍼져 있음을 알고 있었다 몇몇 젊은 사원이 익명으로 그를 퇴진.. 2025. 3. 21.
김수열 시집 '날혼'의 시(1) ♧ 시인의 말    이순 지나 고희에 오르는 동안 어머니 가시고, 장인 장모님도 가셨다.   그리고 새로 가족이 된 손녀 리안의 앞날에 늘 건강과 웃음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 대련(對聯)    고희 넘긴 촌로가 이르기를 최고의 음식은 두부와 오이와 생강과 나물이며 최상의 모임은 아비와 어미,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들이라 말하니   고희 앞둔 중늙은이가 되받기를 최고의 음식은 마른 두부와 물외와 된장과 막걸리 최상의 모임은 아내와 나 그리고 나이를 잊은 술벗들이라 답한다   촌로는 섬이 모질다 하는데 중늙은이는 섬이 어질다 한다     ♧ 오늘 하루    아무리   소리 질러도   뭐라 하지 않는   바다가 있어   그를 껴안은   노을이 .. 2025. 3. 20.
월간 '우리詩' 3월호의 시(3) ♧ 첫눈 오는 날 – 정순영   낙엽이 바스락바스락 마지막 숨을 쉬는 날   하늘이 펴신 팔로 함박눈을 펑펑 내리네   향기 나는 진주 빛 변산바람꽃 한 송이가 뽀드득뽀드득 내게로 걸어오네   하얀 은혜를 소복소복 맞으며 사랑을 거룩하게 찬송하네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 가득 뽀얗게 찬송이 울리네     ♧ 줌바 클래스 – 지소영   사면 거울에 노출된 속살 땀방울도 탱글탱글 살사 힙합으로 뒹군다   서툴러도 유혹 한다 열린 매혹 부끄럼도 잊고 할미꽃도 함박꽃도 당당하다   등이 곧다 끊긴 세포 부활시키는 기압 휭기는 긴 금발 백발 혼 절이는 열사들   하늘에 없는 별들 그림자도 없다 자유의 꽃잎들 사계절을 잇는다     ♧ 낯선 꿈 – 권순자 .. 2025. 3. 19.
김항신 디카시집 '길을 묻다'의 시와 사진(2) ♧ 동행     어디를 가든 함께 하는 날     부자가 아름답고   시가 아름답고   인생길 아름다운     꼬맹아 너도 시인이 될 거야     ---*시옷서점 부자지간     ♧ 사랑 공방   아랫마을 정든 미용실     니꺼내꺼 안하고   함께하는 양푼이   공동체      ♧ 반란    서로가 서로를 먹으려고   광란의 질주 도시의 거리     하늘이 내리는 공지사항     ♧ 현실    천년 세월 앞에 돌이 되어   들어갈 수 없는 집     먹을 수 없는 눈먼 세월일지라도   바라볼 수만 있어도 좋을까   어차피 먹을 수 없는 현실     ♧ 욕심     아이들 가르칠 욕심에   눈으로 말한다     하늘       그리고, 기다림                       .. 2025. 3. 18.
안상근 시집 '하늘 반 나 반'의 시(완) ♧ 행복․1     -주님공현대축일에   “너희에게 평화를 남기고 가며-   새해에도 기도하게 하소서 가슴이 아닌 손발이 되기를 기도하게 하소서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당신의 뜻을 실천할 수 있기에 흡족합니다 기득차지 않았기에 하늘을 담을 수 있어서 지난해 행복했습니다   다 드러내지 않아도 권능으로 보이지 않아도 평화를 남기고 가신 당신의 말씀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할 수 있었음에 지난해 내내 또한 행복했습니다   의로움 때문에 박해 받는 사람들, 그들은 당신을 바라보기에 부끄러움이 없습니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수 있어서 새해가 되어도 행복합니다.   당시의 하얀 평화까지도 우리에게 주시고 드러내 보이시어 함께 가는 당신의 길 참빛을 .. 2025. 3.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