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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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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숙 시집 '섬의 레음은 수평선 아래 있다'의 시(6) ♧ 먹는 동사 왜 이리 예쁜 거냐 서오누이 하는 짓이 엄지 검지 중지까지 합세해서 ᄌᆞ바 먹고 다섯 손가락 다 펴서 한 움큼 줴어 먹고 밥 밥 해도 밥은 국물 있어야 ᄌᆞᆷ앙 먹고 입맛 없을 땐 마농지 자리젓 ᄌᆞ창 먹고 짠짠한 감장된장 양념해서 ᄐᆞᆨᄐᆞᆨ ᄌᆞ가 먹고 숟가락 들고 다니며 이것저것 거려 먹고 짜고 달고 쓰고 신 건 물 담가 우려 먹고 먹음직한 건 입대서 덥석 그차 먹고 맛 좋은 국물은 사발째 호륵 드르싸고 풋콩 삶아주면 콩깍지 베르싸 먹고 어머니 눈엔 꿀 뚝뚝 다디 달던 그 시간 ♧ 말은 낳아 제주로 보내랬다고 왓은 신의 공간이라며 탐낸다는 태국 말 중에 빌레왓 성굴왓 촐왓 담드리왓 무등이왓 만 팔천 신들이 고향 지명들이 남아서 무심코 튀어나와 쪽팔린다는 일본 말 중에 노가다는 똔똔이야.. 2023. 12. 16.
월간 '우리詩' 12월호의 시(1) ♧ 송가 – 여국현 -시낭송가에게 시는 노래다 소리 내어 불러 주어야 비로소 훨훨 날아가는 날개 달린 음악이다 시는 향기다 사랑으로 품고 사랑으로 풀어 포근하게 세상 감싸는 향긋한 바람이다 시는 우주다 풀씨 하나로 울창한 숲을 키우고 말씨 하나로 세상을 하나 되게 하는 신비한 세계다 시는 사랑이다 캄캄한 어둠 속 마음 길을 밝혀 사람을 사람에게 이어주는 단 하나의 길이다 노래고 향기며 우주고 사랑인 시를 시인보다 정성들여 사랑으로 품어 안고 세상 하나뿐인 아름다운 목소리에 고이 실어 온 세상 사람들에게 전하는 그대 아름다운 향기인이여! 그대로 인해 시는 바람처럼 춤추는 아름다운 음악이 되고 그대로 인해 시는 사람 세상 가득 퍼지는 꽃향기가 되는구나 바람처럼 햇살처럼 달빛처럼 음악처럼 향기 되고 노래 되어.. 2023. 12. 15.
'제주시조' 2023년 제32호의 시(2) ♧ 목간木簡 - 강영임 천지사방 아득한 돌길 걷다 돌이 된 것처럼 햇빛도 양분도 없이 침묵만 있는 곳에서 낯익은 당신이 보낸 그리움을 받아듭니다 ♧ 거울을 보다가 - 강상돈 아침부터 왜 이리 분주한지 정말 몰라 남의 속도 모르면서 흉내까지 내다니 가쁜 숨 몰아쉬면서 뚫어지게 쳐다보는 눈 풀려가는 실타래를 한없이 쳐다보다 기분이 상할까봐 웃음 한번 지어보고 거울 속 또 다른 날 향해 한 남자가 서 있다 매일 아침 살며시 미소를 지으면서 여기도 저기도 가지 못할 이력들이 출근길 머리 위에서 하얀 꽃이 맺힌다 ♧ 비움 - 강애심 인체 화석에서 발견된 그 결핵이 끈질긴 전유물로 내 몸을 훑고 갔다 넘치는 세상의 곳간 비워야 산다는 듯 ♧ 장다리꽃 - 강영미 수평의 잣대 들고 나를 재지 마세요 평대리 갯동산 밑 .. 2023. 12. 14.
김혜연 시집 '근처에 살아요'의 시(5) ♧ 그 방 숨을 오래 참아 빨간 눈 네 하얀 팔꿈치에서 피어오를 것만 같은 진심 취해 잠들면 다음다음의 안녕 철저하게 꿈을 소화하던 벽 알고 싶지 않은 이국의 방언들이 참던 숨처럼 흘러나와 발목을 감싸던 복도 가짜를 달래느라 진짜를 놓치는 피사체들 굶주린 파충류 죽은 연기로 뱃속을 채우던 누런 동전처럼 반짝이던 눈동자들 아무도 모르는 우리가 소각된 그 방의 기록 ♧ 갈칫국을 끓이는 저녁 갈치는 사람도 삼킨데 뽀얀 국물에 비린 작별이 흐른다 할머니의 앙상한 손이 갈치 도막을 덜어 소녀의 그릇에 놓는다 평생 갈치를 다듬던 손으로 평생 갈치처럼 무엇이든 삼키던 모정으로 병풍 뒤 흰 할머니에게 수명을 도막도막 덜어주고 싶은 소녀가 제 살만 꼬집으며 운다 뽀얀 팔에 피멍이 번지고 미움에 골몰한 어깨에 흰 나비가 .. 2023. 12. 13.
나기철 시집 '담록빛 물방울'의 시(7) ♧ 입도入島 벌초 끝난 남평문씨 몰래물파 가족묘지 입도 22대에서 27대까지 배우자와 나란히 묻혀 있다 입도 2대 외아들 나는 아버지 어머니 양지공원 납골당, 외아들 싱가폴 제주 바다 말아졌다 펼쳐지고 ♧ 그 노래 제주 사람들은 50년대 가요 송민도의 ‘서귀포 사랑’을 잘 모르데. 어릴 때 여기로 흘러들어온 나는 이 노래가 너무 좋은데. 거긴 아마 육이오 피난살이 서울의 한숨이 묻어서일까. 아버지도 어머니도 이젠 여기 없는. ♧ 어머니 초겨울 밤 시청 앞 건널목 가로등 옆 늙지 않은 여자 검정 비닐에 싼 밀감, 바나나 네 묶음 앞에 앉아 몰래 울고 있다 밀감, 만 원 내미니 오천 원이라며 바꿔오겠다고 일어서려 한다 쑥부쟁이 하나 피었다 ♧ 아내 오랜만에 교보문고에 가 나태주 시인의 책 속 ‘반의 반’이라.. 2023. 12. 12.
'서귀포문학' 2023년 제35호의 시(2) [오승철 추모 특집] ♧ 서귀포 바다 친구여 우리 비록 등 돌려 산다 해도 서귀포 칠십리 바닷길은 함께 가자 가을날 귤처럼 타는 저 바다를 어쩌겠나 ♧ 서귀포 한 쪽 눈발이 펏들펏들 서귀포 동문로터리 시외버스 끊겼지만 국밥을 말고 보자 택시비 그게 문젠가? ‘비틀’ 길을 메고 간다 2022년 12월 23일 오후 9시 50분 이 길이 십 년 후면 나를 기억해 줄까 변변한 시 한 편 없이 찾아온 서귀포 한 쪽 ♧ 그리운 붉바리 파장 무렵 오일장 같은 고향에 와 투표했네 수백 년 팽나무 곁에 함께 늙은 마을회관 더러는 이승을 뜨듯 주섬주섬 돌아서네. 돌아서네 주섬주섬 저 처연한 숨비소리 살짝 번진 치매낀가 어느 해녀 숨비소리 방에서 자맥질하는 그 이마를 짚어보네 작살로 쏜 붉바리 푸들락 도망친다고 팔순 어머닌.. 2023. 12. 11.